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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이야기

이런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者,
친수성 체질인 그는
성품이 워낙 미끄럽고 쾌활해
누구와도 군말 없이 친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 몸을 풀어 우리 죄를 사하듯
더러운 손을 씻어 주었다.
밖에서 묻혀오는 온갖 불순을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었다.

그는 성역도 잊고 거리로 나와
냄새나는 주인을 성토하거나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라고
외치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들의 가장 부끄러운 곳
숨겨온 약점을 말없이 닦아 줄 뿐
비밀은 결코 발성하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때가 타는 세상에
뒤끝이 깨끗한 소모는 
언제나 아름답고 아쉽듯
헌신적인 보혈로 생을 마치는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

나는 오늘
그에게 안수를 받듯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하고
속죄를 하는 기분으로 몸을 씻었다.

비누
임영조

고산돌 
시인께서 편집/출판하신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라는 시집에 수록된 글 입니다.


백마디 미사여구보다 시 한 수가 저의 마음을 흔드는 군요... 
저도 이런 화장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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