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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라이언 긱스를 통해 본 영국축구, 영국 사람

"라이언 긱스"는 영국 축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73년생이니 우리 나라 나이로 마흔!!! 하지만 여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 이고(원래는 왼쪽 윙어였음), 경기에 나올때마다 맨유 최다 경기 출장수를 늘리고 있는 레전드 입니다. 정말 엄청난 정력의 사나이죠!!! 

경기력면에서나 선수 경력면에서 데이비드 베컴보다 훨씬 앞서지만 월드컵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비운의 사나이.

긱스가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는 영국 축구라는 독특한 역사적 산물의 결과 입니다. 월드컵 및 유로컵 등 세계의 모든 축구를 관여하는 FIFA는 원칙적으로 1국 1협회 원칙에 따라 모든 나라에 단일 축구 국가 대표팀을 만들게 됩니다.그런데, 영국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개의 축구 협회가 있고, 4개의 협회에 각각의 국가 대표팀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잉글랜드,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긱스가 속한 웨일즈, 우리나라 기성용 선수가 뛰고 있는 셀틱이 속한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

1900년대 초에 FIFA를 결성할 당시 영국은 축구 종주국으로서 엄청난 세력이었고, 축구 실력도 월등히 뛰어 났습니다. 그런데, 1회 우루과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국은 타 국가들의 축구를 워낙 무시하고 있었고, 다른 나라들은 이런 영국이 싫어서 아예 영국을 빼고 월드컵을 주최합니다. 영국이 빠진 월드컵은 그 당시로서는 의미가 없는 대회가 되어 버렸고, 어떻게든 영국을 끌어 들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영국측에서 이야기한 정말  말도 안되는 4개 협회를 인정해  주게 됩니다.

잉글랜드가 모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내외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지만,역사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스코틀랜드는 자체 통화도 발행합니다!!!) 4개 지역은 너무 많은 차이점을 안고 있어서 여전히 영국은 4개의 나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긱스는 잉글랜드 출신 아버지와 웨일즈 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지만 어릴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면서 자신을 웨일즈 대표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웨일즈 자체의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 웨일즈 대표로는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불운을 맞게 됩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여전히 프로축구 팀의 주전 선수로 뛰는 것이 우리나라 였으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가끔씩 듭니다.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실력이나 체력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 나이 (축구 같으면 30대 중반?)면 자연스럽게 은퇴를 시키는 우리 문화와 달리 나이와 관계없이 실력만 있으면 계속 기용하는 축구 문화. 이는 축구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니 나이가 조금 많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긱스는 2년여전까지만 해도 모든 축구 선수의 모범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스캔들이 전혀 없었고, 축구 경기만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이상적인 선수 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죠. 그의 친동생이 자기 형이 자기 아내와 몇 년간 불륜이었다고 밝힌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자기 장모하고도 부적절한 관계 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루 아침에 패륜아가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불륜행각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 전혀 징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일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 팀에서 관여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몇 분 후에 있을 영국과의 경기에서 주장인 라이언 긱스가 영국 국가를 부를까요? 안 부를까요?